언제쯤 진짜 홀로서기할 수 있을까요.
JAN 22, 2022
LETTER E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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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번째 홀로서기, 시작"
안녕하세요 一間 주승훈입니다.
오늘은 질문부터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홀로이셨던 적이 있나요?"
질문이 너무 큰 범위죠. 홀로의 의미는 참으로 가득하잖아요.
대체로 다 그랬지 않을까요. 혼자 밥을 먹어도 홀로이고,
연애를 했다가 헤어져도 홀로가 되기도 하잖아요.
서른 가까이 인생을 살아보며, 저는 수많은 홀로 중
독립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더라고요.
1박2일, 2박3일과 같은 짧은 여행 말고는
오래 떠나본게 4박5일 해외여행, 그리고
20대 초반때의 병역생활이 전부였습니다.
제 친구들도 이제 부모 밑에서 벗어나
결혼을 한 친구들도 있고, 혼자 사는 친구들도 있죠.
저만의 혼자 사는 것의 기준은, 내가 집을 구해서
어떻게 나의 방식대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봤는가로 정의내립니다.
서두가 좀 길었죠.
제가 좋은 기회가 생겨 지난 18일 화요일부터 로컬스티치 소제라는 크리에이터들의 공유오피스 겸 숙박 시설에서 6박7일간 머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공간의 침대에 앉아
조금씩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6박 7일간 머물면서 무엇을 할지 대략적으로나마
사연을 작성할 때부터 써놓긴 했었습니다.
사연이라 함은, 제가 6박7일간 머물게 된 공식적인 계기가 되었던 제 진심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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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연이 선정되고 나선, 이런게 필요하겠지.
이런 게 있음 좋을 것 같아 등.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고, 다년간의 여행경험을 기반으로 수십가지씩 챙겨나갔습니다.
저 혼자 챙겼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부모님이 의식주 중 '식'은 챙겨줘야 하지 않겠냐고,
둘째 아들이 일주일 살이한다고 좋아하는 김치 겉절이와 무말랭이를 정성스레 포장해서 챙겨주셨습니다.
부모 마음은 다 비슷하신 걸까요.
홀로서기를 하는 것은 대부분 자녀 스스로의 선택일텐데, 그 선택에 조금이나마 지지해주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대로 무어라도 챙겨주고 싶은 그 진실하며 아름다운 마음.
그렇게 캐리어를 끌고, 대전에 하나뿐인 지하철을 타고 대동역에 내렸습니다. 대동역 4번 출구에서 5~7분 내외의 거리를 걸어서 신안동, 로컬스티치 소제에 도착했습니다.
지하1층 카페 공간에서 체크인을 하고, 공간의 간단한 소개를 받으며 건물 2층의 한 호실에 체크인해주셨습니다. 방에 딱 들어온 느낌은 너무나 아늑했습니다. 싱글 사이즈이지만, 결코 짧지 않은 화이트톤의 푹신한 침대가 있었고 방 한 켠에는 미니 사이즈의 냉장고가 딱 있었습니다.
그걸 딱 보고나선, 부모님이 챙겨주신 김치 반찬들이 바로 생각나 1층 공유주방의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넣으려는 찰나, 공유 주방의 사용법이 담긴 상세한 POP가 붙어있으며 라벨링할 수 있는 스티커와 펜이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보며, 이런 것까지 신경써주는구나. 어쩌면 이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라벨링을 위해 스티커와 펜까지 챙겨주는. 로컬스티치에 감사했고, 부모님에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감사함을 기록하고 싶어 #캥거루족자취일기 라는 이름으로 다이어리에 그 순간, 당일의 생각이 담긴 기록을 적었습니다.
18일 첫째날엔 이렇게 적었더라고요.
첫번째) 미니 냉장고의 감사함. 공유 주방이 있어도 내 방에 미니 냉장고가 있다면 빵들을 넣어놓을 수 있다.
두번째) 부모님이 챙겨주신 김치겉절이와 무말랭이는 라벨링을 통해 입소하자마자 냉장고에 넣었다. 스티커와 마카가 필요하다.
세번째) 물이 필요하다. 수시로 마실 1.5L 물이 필요하다. 한국인은 물 필수.
네번째) 하얀 벽에 엽서 몇장이랑 (자연 느낌) 마스킹테이프만 있어도 인테리어가 되더라. 무언가 쉼의 느낌을 준다. "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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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둘째날 수요일엔 이렇게 적었습니다.
첫번째) 자고 일어났을 때 조금 추웠다. 난방을 틀어두지도 않고, 춥다고 이야기하는 허당같은 모습을 스스로 발견했다. 집에선 이부자리의 매트만 틀어두면 되는거였는데, 이렇게 1인실에서는 방 전체의 난방을 직접 틀어야하는 것이었더라.
두번째) 외로움이라는 걸 느낄만 할 것 같다. 이미 주어진 상태에서도 이런 생각이 조금 들법한데, 진짜 원룸은 거의 아무것도 없지 않을텐가.
세번째) 밥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면과 빵으로는 제대로 된 끼니를 해결하기에 힘들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 아니랬는가. 자취하면 가족의 밥이 그리울만하다. 아침은 햇반+누들컵라면 우동맛+김치반찬 점심은 밖에서 음료로 해결. 저녁은 무얼 먹어야 할까. 샐러드 사온 것을 먹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샐러드에 불닭 낙찰. 또 내일 아침은 무얼 먹을 것인가. 보이는 건 아까 편의점에서 사온 사천백짬뽕.
네번째) 챙기길 잘했다 싶은 건 다이어리,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샤워타올과 빗.
다섯번째) 담배를 태우지 않더라도 초를 위해 라이터가 필요하다. 향이 중요하다.
여섯번째) 소제가 좋은 건 침대 옆 라이트 전등이 날 되게 편안하게 만들고 잔잔하게 해준다.
딱 이틀 살아보니, 무엇이 더 필요할까가 보였습니다. 쌀을 씻어다가 직접 요리할 것이 아니라면 햇반과 같은 즉석밥이 필수였고 속옷과 양말은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혼술하는 것을 좋아하니, 집에서 캔맥주 1, 2캔 정도 챙겨두는 걸 원했나봅니다. 그래서 셋째 날 밤, 잠시 본가에 들려 필요한 것을 챙기고 바로 나와 버스로 환승해서 다시 소제로 향했죠. 앗, 그리고 겨울 아니랄까봐 집에서 귤 한 봉지 챙겨왔습니다. 원래 이부자리에서 귤 까먹는게 꿀맛이라 하지 않았던가요. 앗, 그리고 셋째 날엔 대학교 모교가 지금 숙소가 우리 집보다 훨씬 가까이 있어 교수님을 포함한 은사님을 뵈러 갔는데 다행히 계셔서 잠깐이라도 인사를 드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니, 그나저나 정말 독립하게 되면 개인 업무를 보내고 왔는데도 청소와 빨래. 밥까지 진짜 다 스스로 해야 하는건데, 할 수 있을까 싶더라죠.
지금 제가 써내려간 건, 6박7일의 50% 밖에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상세히 어딜 다녀왔고 무얼 했고 누굴 만났고를 제하였어도 이 정도입니다. 홀로서기를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품이 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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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그 많은 품이 들었던 지난 며칠의 소회를 담아보았습니다. 갑작스레 존칭이 아닌 짧은 말로서 적히는 지점에서 당황하지 않으시기를 소망합니다.
이 짧은 6박7일 조차, 정말 홀로서기를 연습하고자 나의 의사로 여행을 하게 되었지만 그 기간동안에라도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홀로서기라는게, 남에게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오로지 나 스스로 굳건히 서는 상태로 인지한다.
나는 정말 홀로서기 연습을 했을까. 홀로서기 연습보다는 내가 이런 것들이 필요하겠다. 라는 것들이 좀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었을 거다. 그래도, 무언가 책과 유튜브 영상으로 공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도 모르는, 나만의 루틴이 있을 것이고 본인의 취향이 담긴 물품도 꼭 있어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0번째 홀로서기'라고 이 순간을 정의내리고 싶어졌다.
0.1번째 홀로서기, 0.2번째 홀로서기라고 하기에도 반올림을 하게 되면 어차피 0인거고. 시작을 했다지만, 무언가 홀로서기라기보다 '독립학습'에 더 가까웠기 때문에 그런 듯 싶다.
그리고 내가 본가에서 떨어져살아보니, 내가 진짜 무엇을 평소에 좋아하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버스 환승 여행인데 오늘만 예로 들면 소제동 - 용산동 - 연축동 - 인동 코스다. 소제동에서 용산동을 대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 내려 705번 버스로 바로 갈아타고 용산동에 도착한다. 용산동에서 필요한 업무를 보고 60분 이내 환승 가능한 배차 간격이 16분 이상 버스인 701번 버스로 갈아탄다. 그리고 연축동에 내려 잠시 인사만 드리고 사진 찍고 오는 코스라 30분 이내로 환승할 수 있어 711번 버스로 갈아타 다시 인동에 도착했다. 인동과 소제동(신안동)은 도보 20분 거리 밖에 안 되기에, 인동에서 필요한 미팅을 보곤 숙소까지 걸어갔다. 버스 요금을 교통카드로 찍었을 때 1,250원이라고 한다면 3곳의 움직임이 있기에 3,750원이 되었을 것이다. 근데 나는 환승을 통해 2,500원을 아꼈다.
이건 내가 집에서 살더라도, 집에서 거주하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나의 흥미다. 홀로서기 하며 이것도 하나 발견했다. 내가 어떤 출발점에 있다하더라도 좋아하는 것은 그 순간 내에서도 행할 수 있음을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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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번 뉴스레터를 통해
우선 감사함을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홀로서기를 시작하려고 할 때, 서툰 저를 위해 그 누구라도 저를 도와주려고 정성을 들여주고 있었죠.
도와줄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상대도 인지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홀로서기 조차도 메타인지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 스스로가 A부터 Z 모두를 모르는 상황이라면 수업과 가이드를 주면 되지만, 그 중 일부를 모른다면 그 핵심을 질문해야 합니다.
질문의 몫은 제 경험 상 자기 자신 스스로의 끊임없는 성찰이더군요.
좋은 성찰의 기회를 준 로컬스티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로컬스티치가 아니었다면, 본 에피소드는 나오지 않았을테고 홀로서기 독립학습을 위해선 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을 겁니다. 뭣도 없는 크리에이터에게, 커다란 아이템을 하나 장착해준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스스로 답을 해주셔도 좋고, 제게 메일로 답신을 주셔도 좋습니다.
"지금 혼자서 해내야만 하나요, 아니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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